다들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화려한 누각이나 정돈된 보행로에만 감탄한다. 전형적인 관광 코스다. 하지만 정작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매끄럽게 이어지는 길보다는 투박하게 깎인 돌들의 배치와 성벽의 굴곡이 만들어내는 비정형적인 선들이다. 인위적인 대칭보다 무너질 듯 버티고 있는 외곽선의 불완전함이 이 성벽의 진짜 가치다. 정교한 설계도라는 틀에 갇혀 정답만을 찾는 시선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지점이다.
성벽의 높낮이가 제각각인 구간을 분석해보면 설계자의 의도와 시공 당시의 현실적 타협이 충돌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오래된 건축물의 특징으로 치부하지만, 사실은 지형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낸 실용주의의 정점이다. 굳이 평평하게 깎아내지 않고 산세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성곽선은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묘한 리듬감을 준다. 직선의 강박에서 벗어난 이런 삐딱한 구조야말로 성곽길이 가진 진짜 매력이다.
보통은 성곽 안쪽의 풍경에 매몰되기 쉽다. 하지만 성벽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려 돌과 돌 사이의 틈새를 관찰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세월에 깎여 나간 석재의 표면과 그 사이를 메운 흙의 질감은 어떤 인공적인 조형물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깔끔하게 닦인 보도블록 위를 걷는 것보다 발끝에 닿는 거친 흙먼지와 불규칙한 경사로를 견디는 것이 이 길을 제대로 소비하는 방법이다.
결국 화성 성곽길을 걷는다는 행위는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순례가 아니라, 의도된 불편함을 찾아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화려한 조명 아래 놓인 랜드마크들에 점수를 매기는 일은 지루하다. 차라리 이름 없는 성벽의 모퉁이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와 비대칭의 조화에 더 높은 등급을 주고 싶다. 남들이 찬양하는 매끄러운 풍경보다는 투박하고 거친 외곽선의 불균형이 주는 해방감이 훨씬 밀도 높다.